egfinal


[펌글] 이화동(이화마을) 날개벽화 지우고 돌아왔습니다 잡다구리한 것들




 

 

 

1박 2일에 이승기군의 미션으로 등장해 날개벽화가 급~ 유명세를 타고난 후 블로그 쪽지, 댓글, 전화, 문자 등

지인들과 블로거 분들의 보수해달라는 요청이 제 귀차니즘을 이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밤. 엉감독과

세 번째 버전의 날개를 그렸습니다. 위의 세 번째 날개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왜 삼일 만에 지웠냐고요?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긴 합니다만, 모두 알아야 할 것 같아 씁니다.


주민 몇 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동네에 이런 게 생겨 활기차고 좋다는 분들이셨지만,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말은 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만 드렸습니다. 절대적인 방문객 수가 늘면서 나타나는 순간적인 부작용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 즈음이 되자 그 골목에 사시는 한분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저희에게 다가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더군요.

그리고는 그림을 그리더라도 주민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려달라 하시며, 저희에게 집을 보여주신다고

같이 가보자 하셨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집의 환경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습니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마당, 역시 불이 들어오지 않는... 물도 내려가지 않는 화장실.

비가 센다는 낮은 천장. 겨울에는 찬바람조차 막아주지 못할 것 같아보이던 낡은 벽.


날개벽화를 보고 있으면 좋지만, 유명세로 인해 철거와 재개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하시더군요.

집이 이런 상태인데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들을 봐달라고요. 안 그래도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는데,

방송이 나간 이후로는 밤낮없이 사람들이 온다고요. 철거나 재개발 등에 영향이 갈 시기가 된다면 삭제하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원래부터 철거 될 거라는 것을 알고 그렸던 것이었으니까요. 골목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인지라

저는 낙산동의 골목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가끔 놀러가는 저...이기에 좋아할 수 있는 것이겠죠.


돌아와 다시 그림을 완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다소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지우게 될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한분의 주민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커피를 주셨던 아주머니였습니다. 우리를 보자 잘 만났다며, 제발 그림을 지워달라고

사정을 하시더군요. 방송이 나간 이후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다는 촬영.

새벽이고 남의 집 앞이면 조심해주면 좋으련만... 소리치고, 웃고, 떠들어 너무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벽이 얇아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기심이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참아달라고, 방송의 유명세는 며칠이면 그 열기가

사그라질 거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남자들이 우르르 옷을 벗어 팬티만 걸치고 사진을 찍어댔다는

말에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남의 집 앞에서 팬티만 입고 좋다고 사진을 찍는 게 말이 됩니까.

저희 집 앞이었으면 전 당장 112에 전화했을 겁니다. 싸그리 잡아가라고요. 어린 딸들이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무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우리들의 시민의식은 저의 상상의 범주를 훨씬 벗어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아주머니의 말씀. 아이가 집밖을 못나간다고 합니다. 집 앞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어린 마음에 이런 곳에서 사는 게 창피해 그런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괜찮은데 아이들이 창피해한다며,

제발 지워달라고 거듭 말씀하시더군요. 몇 년 전 봤던 머리를 하나로 묶었던 예쁜 여자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와 말 걸어주던 어린 관객이었죠. 그리고 그날 마셨던 아주머니께서 주신 커피도 생각났습니다.

집에 설탕이 없어서...라며 부끄러운 듯 웃으며 건네주셨던 정말 맛없던 커피의 따뜻함이 말입니다.


우리는 무슨 짓을 한 걸까요. 그저 허락만 받아서 그리면 되는 줄로만 알았던 일이, 이렇게 피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민망한 마음에 죄송하다고. 다만. 주말에 오실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월요일까지만 참아달라고 이기적인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수명이 3일인 그림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월요일에 약속대로 지우고 오는 길입니다. 낮에 도착해서 3일 수명의 날개 앞에서 웃고 계신 분들을 보았습니다.
 
평일인데도 줄이 상당히 길더라구요.


이번에는 페인트 작업 안하고, 비싼~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해서 그런지 더 멋지더라구요. 헤헤 사진 찍으시는 출사오신 분들,

올라와서 아~ 여기다 하며 예쁘게 웃어주신 커플, 블로그에 있는 지도 프린트해 오신 남자 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이게 공공미술의 기쁨이자 보람이 아닐까요?


네.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상처와 불편을 담보로 한다면,

그 일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거겠죠. 즐거움은 다시 만들면 되니까요.


사실 욕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화동 날개벽화는 제 자신에게 꿈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고, 그 이후에 온 많은 기회의

시작점이기도 했으니까요. 네. 솔직히 아깝습니다. 눈 한 번 질끈 감았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져왔을 테니까요.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악의가 없었다고는 하나 폐를 끼친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무언가에 빠져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죄책감도 없이요. 여러분들도 반성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며칠사이에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되돌아보면 마지막까지 날개벽화에게 참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날개벽화에게 무언가를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린 이화동 주민여러분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모르고 방문을 해 허탕을 칠

분들이 생길 것 같아 미리 죄송하다는 말도 남기겠습니다. 어제 대구에서 올라오셨다던 마지막 촬영커플님!

마지막을 함께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덜 쓸쓸했어요. ^^


이화동 날개벽화는 이제 없습니다.

그래도 옮겨 그릴 장소를 알아보고 있으니 곧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장소 아시는 분은 살짝 제보해 주세요~

출처 : http://blog.naver.com/switch_art?Redirect=Log&logNo=110094980324
(스크랩을 해야함이 마땅하지만, 스크랩이 네이버 블로그로만 되는 듯해서 부득이 본문내용만 카피.. 문제시 삭제하겠슴다)



네이버 메인에 뜬 이화마을의 날개벽화 이야기를 보고 클릭.

날개벽화를 지워야만 하는 사연에 공감 1000%

지난주 북촌한옥마을을 다녀오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구경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귀찮고 성가실까 하고...

특히 어린 꼬마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신

작가분의 마음씀에 완전 훈훈.... 복 받으실 겁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